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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87] 며칠 전 '부에나비스타'(진주시 호탄동)에서 가져온 <세월호 트라우마 이웃이 묻고 정혜신이 답하다>(치유공간 이웃)를 읽었습니다. 1시간이면 모두 읽을 수 있는 40쪽 작은 손바닥책인데 제목 그대로 이웃들이 '세월호'에 대해 묻고 정혜신 선생님이 '심리적 치유적 관점'에서 답한 글을 모았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9명의 찾지 못한 실종자가 있고, 진실 규명을 위해 꼭 필요한 세월호 인양은 정부와 정치꾼들의 방해로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조사특위에 대해 "탐욕의 결정체"라고 폄훼하고 막말하는 여당 의원을 보면 할 말 다했습니다. 저들은 애초에 배를 인양할 마음이 없는 것 아닐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2일 교황청을 방문한 한국 주교들을 보고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되었나?" 물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한국 주교단이 어떤 구체적인 답변을 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습니다. 

참사의 책임과 수습, 진실 규명의 의무가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은 뻔뻔하게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저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을 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진실이 모두 드러나리라 믿지만 언제나 진실을 향한 발걸음은 더디고 고통스럽습니다. 유가족의 삼보일배처럼 말이죠.

세월호 참사를 두고 단지 평범한 시민일 뿐인,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정혜신 선생님은 이 책에 이렇게 썼습니다.

"세월호 트라우마의 진짜 치유자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리 '이웃'이어야 합니다. 같이 손잡고, 같이 눈물 흘리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간절히 기도하고, 밥 한 술 함께 먹을 수 있는 것, 이렇게 서로에게 이웃의 역할을 하는 것이 치유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곁에서 손을 잡아드릴 수는 없지만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세월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겠지만 절대 잊히지는 않을 겁니다. 책임 있는 자들은 시간 때움으로 버티겠지만 그들보다 질기게 기억하고 애도하면 됩니다. 슬픔도 기억에 남아 있어야만 치유가 가능하니까요.

단순한 불편함 때문에,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하는 것은 진실을 회피하는 것이고,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일입니다. 

다시 정혜신 선생님의 글입니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당장 내가 할 수 잆는 것이 없더라도, 마음만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치유의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는 사람은 울다 끝나지 않습니다. 눈물 흘리는 사람은, 기도를 하는 사람은, 간절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반드시 행동을 하게 되어 있어요. 이 세상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눈물과 기도와 간절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눈물밖에 흘리지 못했다. 기도밖에 못했다.' 그렇게 스스로 폄하하시면 안됩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간절함들이 만나서 사람을 치유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니까요."

* <세월호 트라우마 이웃이 묻고 정혜신이 답하다>는 책방에 오시면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책을 나눠주신 주정희 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