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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12] 읽을만한 소설 없나요, 묻는 손님들께 "제가 소설은 즐겨 읽지 앓아서... 죄송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소설이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분야라 쉽게 추천하기 힘듭니다. 

내가 재밌게 읽었다 해서 다른 이도 그러할 것이라고 미리 짐작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추리, 공상과학 소설을 정말 좋아합니다만, 읽을만한 소설을 찾는 분들은 장르 소설을 그리 내켜하지 않으실 때가 많았습니다. 

소설이 아니라 '쓰임'이 확실한 책이라면 오히려 추천하기가 쉽습니다. 실용서가 그런 분야입니다.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쌓기 위한 책이라면 범위를 좁혀 이야기할 수 있지만 소설이나 시 등 문학에 대해선 글쎄요. 오히려 추천보다 '비추천'하는 쪽이 더 쉽고 효율적이겠군요.

예를 들면 '필독도서'를 구입해가시는 분께 "다른 재밌는 소설도 많은데요..." 말씀드리는 정도랄까요. 헌책방에서 소설을 사가시는 분들은 대부분 중고등학생용 필독소설이 많습니다. 고전, 명작을 가까이 할 필요는 있겠지만 학교 공부를 위해서 억지로 읽어야 한다면 제가 아이들 입장이라면 많이 괴롭겠습니다. 

학생들의 독서라면 제 생각엔 첫 번째도 재미, 두 번째도 재미, 세 번째도 물론 재미여야 한다 생각합니다. 먼저 책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오히려 독서가 공부의 연장이면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일이 힘들게 되지 않을까요. 책보다 재밌는 것들이 널린 요즘인데요.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샜습니다. 소설 읽기에 대한 애정이 박하긴 하나 그래도 꼭 추천하고픈 책들은 있죠. 저는 '시대를 관통하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작가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당대에 대한 사유와 역사의식이라 생각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은 탁월한 작품입니다.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 언젠가는 꼭 한 번 읽어야할 필독도서로 꼽고 싶군요.

"폭력이란 무엇인가? 총탄이나 경찰 곤봉이나 주먹만이 폭력이 아니다. 우리의 도시 한 귀퉁이에서 젖먹이 아이들이 굶주리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도 폭력이다."

<난쏘공>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난쏘공> 초판본이 1978년에 나왔죠. 책에 실린 연작 중 제목과 같은 이름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6년 <문학과지성> 겨울호에 발표되었으니 40년 세월이 흐른 셈입니다. 하지만 저 문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한 듯합니다. 적어도 제가 사는 지역에선 말이죠.

<난쏘공>에선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극중 인물(아버지, 영수, 영호)의 대화를 통해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나 자신을 알아보는 것, 이건 책 이외의 그 어떤 것으로 대신하기가 어렵습니다. 굳이 꼽는다면 홀로 떠나는 긴 여행 정도랄까요. 읽은 지 오래되었지만 다시 한번 읽고 싶군요.

.....

"영호야."
아버지가 말했다.
"너도 형처럼 책을 읽어라."
"뭘 하겠다는 게 아냐."
형이 말했다.
"나는 책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보는 거야."
"이제 알겠어."
나는 나중에 말했다.
"형은 이상주의자야."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저자
조세희 지음
출판사
이성과힘 | 2000-07-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현실과 미학의 뛰어난 교합으로 평가받는 동인문학상 수상작가 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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