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D+534] 오늘 진주문고에 들렀는데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블루엘리펀트)이 있어 샀습니다. 원래 수행능력평가 때문에 아이가 부탁한 <갈매기의 꿈>(현문미디어)을 구하러 갔다 예전 영화를 재밌게 본 터라 눈에 띄어 함께 구입했군요. 읽는 재미보다 책 고르는 재미가 큰 듯합니다. 


오늘 구입한 책 목록은... <탐정사전>(프로파간다), <낙서 마스터>(디자인 이음), <비비안 마이어>(윌북) 그리고 <갈매기의 꿈>과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입니다. 영화보다 소설이 재밌을까 하고 책방에 오자마자 책을 펼쳤습니다. 영화 장면들이 계속 오버랩되더군요. 

그렇게 긴 내용이 아니라(90쪽 내외) 책방에 앉아 느긋하게 읽었습니다. 영화는 원작을 정말 충실하게 옮겼군요. 영화는 2010년 일본에서 개봉했고, 책은 2013년 국내 번역출간되었습니다. 둘 중에 꼭 하나를 택해서 보아야 한다면 전 영화 쪽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입은 주인공 다카코가 도쿄 진보초 거리의 작은 헌책방 모리사키 서점에 머물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습니다. 실은 너무 이야기가 잔잔해서 '책방'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영화든 소설이든 분명 심심한 작품이라 여기겠지요.

아무래도 저는 책방 일을 하고 있으니, 값싼 문고본을 팔고 동전을 받는다든가 책 속에서 말린 꽃을 발견한다든가 하는 장면을 보며 "그래 그렇지"하며 공감하게 되더군요. 이야기 전개보다 책방에서 일어나는 세부 장면에 집중하며 영화를 보았습니다. 책을 읽으니 반대로 장면보다 대화에 눈이 가더군요. 주인공 사토코와 책방주인인 외삼촌 사토루의 대화입니다.

"그래서 외삼촌은 여행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하면서 많은 걸 배웠나요?"
"글쎄다. 실은 어디를 돌아다녀도, 아무리 책을 읽어도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게 인생이라는 거야. 늘 방황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다네다 산토카가 지은 하이쿠에도 있잖니? '헤치고 들어가도 들어가도 푸른 산'이라는 시구가."

처음에는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종일 '잠만 자던' 주인공 사토코는 점점 책 읽는 재미를 느끼고 책방에 애정을 갖습니다. 잠 속으로 도망쳐가지 않고 "맛난 음식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한 권 한 권" 읽어 나갔죠. 책을 읽지 않았던 지난 시절에 대해 "책을 통해 이런 멋진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왠지 지금까지의 인생을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조차 들었다"고 말합니다. 

책 읽는 재미를 느끼고 책을 가까이 하게 되는 경우는 다양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도 모르게 훈련된 경우도 있고, 아예 천정이 활자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사토코처럼 특별한 계기 때문인 경우도 있겠죠. 인생에서 '멋진 체험'을 하는데 책 보다 나은 것이 있을까요. 

아래는 첨부한 영화 속 장면을 묘사한 원작의 문장입니다.

"어떤 때는 눌러 말린 꽃으로 만든 책갈피가 끼워져 있는 책을 발견하기도 했다. 나는 오래전에 이미 희미해진 그 꽃 냄새를 맡으며 이것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여기에 끼워놓았을까, 하고 상념에 빠졌다. 세월을 뛰어넘는 만남은 헌책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재미다."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저자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출판사
블루엘리펀트 | 2013-12-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3회 치요다 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쿄의 헌책방 거리, 진보...
가격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