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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43] 어버이 날이군요. 얼마 전 공책에 썼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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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에서 어려운 일 세 가지를 꼽는다면, 첫 번째는 효도, 두 번째는 육아, 세 번째는 남에게 조언하거나 가르치는 일이다.

2. 효도와 육아는 순위 불변이나 세 번째는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이 세 가지가 어려운 이유는 단순하다. 잘 할 수 없고,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멘토라고 이름난 분들의 청산유수 같은 말과 글을 듣고 보노라면 저게 (정답이 있는 것처럼) 참으로 쉬워 보이는데 막상 현실에 닥치면 잡히지 않는 허상에 가깝다. 특히 '힐링', '깨달음' 등등 두루뭉수리한 단어가 들어가는 책이나 프로그램은 경계한지 오래다. 그런 책이나 프로그램에 열광할 시간과 에너지를 한 시간 홀로 산책할 시간을 내고, 가까운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쓰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인생은 정답 없는 시험지를 삶이 다할 때까지 매일 일어날 때마다 받는 것 아닌가?

3. 어쨌거나 인생도 정답 뻔한 객관식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도 있다. 그럼 재미가 없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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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를 먹을수록 더 뼈저리게 느낍니다. 어버이를 섬기는 일은 책으로 읽거나 머리로 생각한다고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오늘 추천하고픈 책은 전희식 님의 <똥꽃>(그물코)입니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로 내려가 겪은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2008년 나왔으니 벌써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이 책은 '허상'이 아니라 '실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말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어머니와 함께 사는 이야기가 감동이었습니다. 마음이 허물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만약 어머니께서 아프고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 닥친다면 나는 그리할 수 있을까. 가족들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되묻게 되더군요. 전희식 님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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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놓던 뒷밭 언덕에 연분홍 진달래 피었더니,
방안에는 묵은 된장 같은 똥꽃이 활짝 피었네.

어머니 옮겨 다니신 걸음마다 검노란 똥자국들.
어머니 신산했던 세월이 방바닥 여기저기
이불 두 채에 고스란히 담겼네.

어릴 적 내 봄날은 보리밭 밀밭에서
구릿한 수황냄새로 풍겨났지.
어머니 창창하시던 그 시절 그때처럼
고색창연한 봄날이 방안에 가득찼네.

진달래꽃 몇 잎 따다 깔아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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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덧없이 빨리 흐릅니다. [사진] 속에서 저는 간난이였고 어머니는 스물둘 꽃 같은 새댁이었는데 40년 전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었던 아버지는 곁을 떠나신 지 여러 해가 지났군요.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았던 스무 살 때부터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생각이 얼마나 철없는 것인지 깨닫습니다. 세상의 어떤 자식도 부모의 품을 벗어날 순 없는 법이지요. '부모은중경'에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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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컨데 옛날 아름답던 그 얼굴 아리따운 그 모습 몹시도 고왔도다
버들잎 같은 두 눈썹 불그레한 두 뺨이 연꽃인 양 하였는데
은혜 깊을수록 그 모습 여위었고 기저귀 빠시느라 두 손 거칠어졌구나
오로지 아들 딸 사랑하고 거두시던 자비하신 어머니 얼굴마저 바뀌셨네



똥꽃

저자
전희식, 김정임 지음
출판사
그물코 | 2008-03-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그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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