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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33] 책 정리를 하다 <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가 있어 따로 빼놓았습니다. 공선옥 작가의 문장을 좋아합니다. 담박하고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녹아 있는 문장입니다. 이 책의 사진은 얼마 전 책방에서 강연했던 노익상 선생님이 촬영했습니다. 사진가 박여선 님도 함께 했군요. 

지금은 나오지 않는 월간 <말>지에 연재되었던 것을 책으로 묶었습니다. 오래 전 월간 <말>을 정기구독했었습니다. 백수였던 시절 재구독 권유 전화가 와서 "죄송하다" 했었는데, 그게 13년 전 일이군요. 2009년 3월호가 마지막 호였으니 정간한 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지금은 <말>, <길>지 같은 월간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노동당 기관지로 나오는 <미래에서 온 편지> 정도가 그나마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담은 월간지라 할 수 있겠군요.

<공선옥, 마흔에...>가 나온게 2003년이니 이제 공선옥 님은 지천명을 넘겼습니다. 이 책이 나오던 해에 제 나이 서른이었는데, 스물, 서른, 마흔... 삶의 변곡점이라 해야 할까요. 십 자리가 바뀌는 그 시기에는 생각도 많아지고 새로운 열망이 커집니다. 물론 그 생각과 열망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식어가죠. 

마흔이 되던 해(지난 해) 가족에게 허락을 받아 길게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길을 떠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공선옥, 마흔에...>처럼 여행의 기록을 제대로 남기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사람은 책이 아니라 길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가득 쌓아놓은 독서가보다 단출하게 배낭 멘 여행자가 더 부럽더군요. 

'못다핀 꽃 두 송이, 효순이 미선이'편을 읽으니 아픕니다. 2002년 6월 미선이, 효순이는 미군이 모는 장갑차에 치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라앉는 세월호에 갇혀 아이들이 숨져간 2014년.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은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군요. 공선옥 님의 맺음말에서 옮깁니다.

"아이를 앞세워 걸으며 나는 그러나 더 이상은 말할 수가 없었다. 악은 선을 결코 이기지 못한다는 그 말 뒤에 그러나 세상은 지금 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다는, 그리하여 악이 선이 되어 버린 것만 같다는 그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들아, 어미는 이 말만은 꼭 하고 싶단다. 너는, 너는 말이다, 적어도 소쩍새 울음소리를 들으면 눈물 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받아쓰기는 못해도, 영어는 못해도 소쩍새 울음소리에 눈물 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소쩍새 울음소리에 눈물 나는 사람들 편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아이는 여전히 씩씩하게 강변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사진]은 여러 해 전에 남해 가서 찍었습니다. 오늘은 스물네 번째 밤샘책방입니다.




공선옥마흔에길을나서다

저자
공선옥 지음
출판사
월간말 | 2003-07-05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월간지 '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 기행산문집 형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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