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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186] 책은 죽었다

sosobooks 2014. 5. 16. 20:33



[D+186]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듯 마는 듯 그런 열다섯 번째 밤샘책방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마지막 손님이 돌아가셔서 딱 자정까지만 있다가 귀가할 생각입니다. 설마 그 사이에 밤샘하겠다 오시는 분은 없겠죠. 하하.

오늘 가끔 책방을 찾으시는 고의진 선생님께서 연습장에 그린 작품을 보여주셨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데 취미로 연습장에 펜화를 그리십니다. 책방 운영에 대해서도 좋은 말씀해주시고요. 뭐랄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달까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이 가시고 그림책 중에 도저히 팔기 어려운 책들을 골라냈는데 표지와 내지가 분리된 책은 수선하기 힘듭니다. 한다 해도 팔기가 어렵구요. 

한 서른 권 정도 되는 한보퉁이 그림책 중에 성한 것이 딱 두 권이었습니다. 이리저리 치이다 들어온 책 보퉁이라 그만한 것도 다행이라고 해야겠군요. 나머지 책들은 밖에 내놓으면 고스란히 폐지로 처리되겠지요. 그렇게 책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책은 죽었다>에서 셔먼 영은 이렇게 썼습니다.

"책은 여러 방식으로 죽는다. 끝까지 팔리지 못한 책은 제지 원료로 쓰이거나 팔다 남은 책을 담아두는 궤짝에 초췌하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남겨진다. 아니면 보나마나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출판되지 않는 책들도 있다. 또한 지하실 창고에 물이 범람하는 바람에 몽땅 젖어버려 폐기 처분되는 책들도 있다.

이런 죽음들은 모두 책의 물리적 형태 때문에 생겨난 결과다. 책이 다시 살아나려면 우주의 지각변동에 버금갈 만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결국 책을 물리적 형태에서 떼어내야만 책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

책은 죽었다. 책이여, 영원하라."

어쨌거나 헌책방에 들어오는 책들 대부분은 누군가의 소유였고 사랑을 받았던 책이니 아예 출판되지 못한 원고거나 책방에 가보지도 못하고 폐지가 된 책의 죽음보다는 슬픔이 덜할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사라지는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무게는 왜 다른 걸까요. 어렵군요.

이번 주말에는 책방 쉽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책방문을 닫을 수가 없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책은 죽었다

저자
셔먼 영 지음
출판사
눈과마음 | 2008-11-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책을 죽인 자, 누구인가! 어느 열정적인 책 애호가의 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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