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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일지

[D+151] 헌책 수선하는 법

sosobooks 2014. 4. 11. 22:14



[D+151] 스태들러 지우개, 동성 만능크리너, 아모스 딱풀, 썬 라이터 오일, 화이트 보드 크리너... 이상 물품은 주로 책에 얼룩을 닦아낼 때 제가 사용합니다. 

모든 책을 일일이 깨끗하게 할 순 없지만 좋은 책인데 얼룩이 있거나 밑줄이 그어져 있는 경우엔 닦고 지우는 작업을 합니다. 드물게 고운 사포(800~1000방)로 살살 문질러 얼룩을 없애기도 합니다.

얼마 전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헤밍웨이의 희곡 <제5열>(The Fifth Column) 원서를 놓고 지우개 밥을 엄청나게 지었습니다. 아이의 낙서가 분명했는데 뒤표지에 실린 헤밍웨이의 사진에 볼펜으로 덧칠을 했더군요. 원래 이 책의 초판은 1938년도에 나왔고, 책방에 있는 책은 1968년도 판입니다. 아마존에 검색해보니 15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헌책방이니 그대로 팔아도 문제가 없겠지만, 콧수염을 기른 1937년 무렵의 헤밍웨이 모습을 보곤 그냥 지나갈 수가 없더군요. 덧칠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깨끗하게 지웠습니다. 제가 콧수염을 기르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지웠을 수도 있겠네요. 

오늘은 제본에 대한 자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정준씨 감사) 지난 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갔을 때 페트로나스 타워(쌍둥이 빌딩)에 있는 키노쿠니야 서점에서 <Bookinding, and the Care of Books>(DODO PRESS)를 구입해왔습니다.

당장 쓸모가 있진 않겠지만 책방을 하면 어떻게든 책을 수선할 일이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노쿠니야 서점에 갔더니 '책에 관한 책'이 정말 많았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국내에선 '책에 관한 책'은 거의 서평 일색이라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망가진 책들을 보면 어떻게든 제 모습을 갖춰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특히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고 구하기 힘든 책이 험한 상태일 땐 아주 안타깝습니다. 오늘 제본에 이야기들을 읽고 보고 있으니 따라해보고픈 욕심이 납니다. 

일반적인 책 형태는 볼루멘(volumen 두루마리)에서 코덱스(codex 풀이나 실로 낱장을 묶어 만든 책)로 발전하면서 만들어집니다. 2~4세기 무렵 기독교의 확장과 더불어 코덱스가 자리잡게 됩니다. 코덱스가 나오고 따라서 제본 기술도 다양해집니다.

'아름다운 책'은 훌륭한 원고만 가지고선 부족하죠. 아름다운 장정과 제본, 활자, 편집이 함께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화가, 공예가, 건축가, 시인... 종합 예술가였던 윌리엄 모리스는 만년에 켈름스콧 출판사를 차려 '아름다운 책'을 만들어 냅니다. <런던에서 온 윌리엄 모리스>에 실린 글입니다.

"보기에 즐겁고 읽기가 쉬우며 분명하게 아름다움을 주장할 수 있는 책을 만든다."

* 켈름스콧 출판사의 책들은 http://www.abebooks.com/books/william-morris-press-art-design/kelmscott-press.shtml 로 가면 모양새와 값을 볼 수 있습니다. 

* 제본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도 함께 소개합니다. 계속 다음 편을 찾아보게 하네요.
http://youtu.be/IBxZp8PJF2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