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73] "그 책은 없습니다." 책을 찾는 손님께 드리는 '궁색한' 대답이지요. 책방지기 입장에선 가장 하기 싫은 말이나 가장 자주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느 책방이라도 세상의 모든 책을 갖출 수는 없지만 넉넉하게 책을 두고 싶은 꿈은 어느 책방지기라도 마찬가지겠지요. 헌책방에 문의하는 손님은 대부분 절판되거나 구하기 힘든 책을 찾습니다. 책방에 없거나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책일 때는 검색해보는데 구한다 해도 적당한 이문을 남기고 팔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로 수첩에 적어두긴 하지만 어느 책방에 팔고 있으니 그쪽으로 알아보시는 것이 낫겠다 말씀드릴 때가 많죠. 헌책방에서 책을 구하는 루트는 3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손님에게 직접 책을 매입하거나, 고물상을 통하거나, 다른 헌책방에서 구입..
[D+471] 오랫동안 사진책을 사서 모았습니다. 사진책 중에서도 사진집은 값이 비싸기 때문에 들인 노력에 비해 많은 책을 구하진 못했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다른 분야보다 사진책에 애정을 쏟을텐데 책방지기 입장에서 '팔지 않는' 책에 돈을 들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진책이 아닌데도 나름의 기준으로 사진책으로 분류해놓은 책들이 있습니다. 사진이 들어 있지 않은 사진가의 에세이거나, 반대로 사진가가 아닌 이의 사진이나 글을 모은 책인 경우가 많죠. 단지 책에 나오는 몇 구절,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사진책 서가에 둘 때도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조셉 브로드스키(요제프 브로드스키)의 (고려원)입니다. 요제프 브로드스키는 구 소련출신 시인인데 '사회에 기생충 같은 존재, 시인'이라는 이유로 1..
[D+470] 책방에 오시는 손님께 드리기 위해 책갈피를 만들고 있는데 밑그림이 나왔습니다. 예전엔 책을 사면 책갈피를 끼워주는 책방이 많았죠. 책껍질을 싸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요즘엔 그런 곳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책방에서 받을 수 있는 책갈피 대부분 출판사 홍보용입니다. 최대한 비용을 줄이고 가내 수공업(?)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달라 부탁했습니다.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부엉이 세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 마리는 책을 읽고 두 마리는 책 읽는 부엉이를 보며 웃는 모습으로 그리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까칠한 '중2'(올해 중2가 됩니다) 딸에게 그림을 그려달라 부탁하긴 쉽지 않죠. 여러 차례 의견 충돌(?)이 있었으나 아이의 의견을 대부분..
[D+462] 책방 일을 하다 보니 어느 공간에 가더라도 책이 있는 곳을 먼저 살펴보게 됩니다. 특히 사적인 공간일 경우엔 서가에 꽂힌 책만 보더라도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습니다. 책이 없는 경우라면 아무것도 알 수 없군요. 책상이나 서가의 정리 상태나 책을 다룬 흔적으로 성격이나 감정을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추정일 뿐입니다. 이것만으로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순 없죠. 단지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추론'이라고 해야겠군요. 책에 애착을 느끼는 대부분 장서가는 '수집증'을 앓습니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의 공간에 책이 점점 쌓이고, 헌책방 출입을 끊지 못하고, 시리즈에서 빠진 책은 어떻게든 채워 넣어야 하고, 오랫동안 ..
[D+459] "아빠, 왜 사람 죽이는 이런 책을 읽어?"아이가 서가에 있는 책들을 보고 묻더군요. '이런 책'의 제목을 말하자면, (human&books), (범우사), (알마), (바다출판사>[사진]... 같은 책입니다. 한쪽에 따로 정리해두어 잘 보였나 봅니다. 대답은... "공부하려고"였죠. 궁색한 대답이긴 하나 일부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명쾌하게 이 책들을 읽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더군요. 아이가 고개를 갸웃하곤 더 이상을 호기심을 보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랄까요.순수문학보다는 읽는 부담이 덜한, 짜임새 있는 구성에다 반전의 재미가 있는 추리소설, SF소설 같은 장르문학을 좋아합니다. 헌책방에 가면 황금가지에서 나오는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를 챙기죠. 해문출판사의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
[D+457] 단기 4292년이면, 서기 1959년입니다. 헤밍웨이가 를 완성한 해가 1929년이니 30년 후에 국내에 번역본에 나온 셈이군요. 자료를 찾아봐도 이 책 이전에 나온 번역본에 대한 소식을 알 수 없었습니다. 번역자 박기준 님은 1950~1960년대 여러 책을 번역한 것을 옛 신문기사로 알 수는 있는데 정확한 약력을 찾기가 어렵군요. 줄거리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는 일본 이와나미 문고에서 상하권으로 나뉘어 1957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아마 그해 록 허드슨(프레데릭 헨리), 제니퍼 존스(캐서린 바클리)가 주연한 영화가 개봉한 탓이었겠죠. 헤밍웨이가 195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후 일본이나 국내에서 주목받았겠지만, 전후 사정이 좋지 않았던 우리와 한국전쟁으로 특수를 누렸던 일본..
[D+456] 이번에 책방 내부를 정리하면서 커다란 양면 서가를 얻어온 덕분에 남은 목재(스프러스 판재 19T)를 재단해 집에 쓸 서가를 만들었습니다. 높이 212cm(높이 조절발 포함), 폭 80cm, 깊이 24cm, 8단 서가 4개를 만들었습니다. 맨 아래 칸에는 서랍을 만들었습니다. 콘센트나 전등 스위치 위치 때문에 뒷판 높이에 신경써야 했죠. 각 칸의 높이는 24cm(내경)입니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단행본의 크기(신국판)가 22cm 내외이기 때문에 높이는 24~25cm가 가장 적당합니다. 헌책방에 가보면 최대한 책을 많이 꽂기 위해 슬라이딩 서가가 있는 곳도 많습니다. 예전 많았던 도서대여점도 그렇구요. 이번에 만든 서가들은 나름 '공간효율극대화형' 서가입니다. 기성품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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